[한강 작가 ②] "따로 가르치지 않았다" 아버지 한승원의 '무위(無爲)' 육아법 (ft. 이상문학상 부녀 수상)

한강 작가 시리즈 ②

"가르치지 않았다"
한승원 작가가 밝힌 노벨상 육아의 비밀

부제: 엄마는 분위기를 만들고, 아빠는 뒷모습을 보여주다 (ft. 이상문학상 부녀 수상)

여수 바닷가 작업실에서 함께 집필 활동을 하는 아버지 한승원과 딸 한강.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며 문학적 길을 함께 걷는 부녀 작가.

안녕하세요. 엄마의 마음으로 교육의 본질을 탐구하는 아우라블루미입니다. 🌸

지난 1편에서는 5.18 사진첩을 마주하며 '인간'을 고민했던 소녀 한강의 이야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소녀가 어떻게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 가정의 '공기'를 들여다보려 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강의 아버지이자 한국 문단의 거장인 한승원 작가는 기자들에게 아주 의외의 말을 남겼습니다.

"강이에게 소설을 따로 가르친 적은 없었는데, 혼자 모두 습득한 것입니다."

소설가 아버지 밑에서 자랐으니 당연히 영재 교육을 받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가르치지 않았다'니요?
그런데 더 놀라운 건, 한강뿐만 아니라 오빠와 남동생까지 삼 남매가 모두 문단에 등단한 작가라는 사실입니다.

가르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세 아이가 모두 작가가 되었을까요? 이 미스터리한 가정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었을까요?


1. 아버지 한승원: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집안 곳곳에 책이 쌓여 있는 거실에서 글을 쓰는 아버지 한승원과 자유롭게 책을 읽는 어린 한강. 강요 없는 독서 환경과 분위기.

한승원 작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불의 딸』 등 굵직한 작품을 남긴 한국 문단의 중진입니다. 하지만 그의 젊은 시절은 가난과 고단함 그 자체였습니다.
누구보다 작가의 길이 '가시밭길'임을 잘 알았던 그는, 사실 자녀들이 문학을 하길 원치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둘 중 하나만 작가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한승원 작가는 말로 "하지 마라" 혹은 "해라"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그저 '쓰는 사람'으로 존재했습니다.
집 안 어디서나 원고지 앞에 앉아 고뇌하고, 글을 쓰는 아버지의 굽은 등. 아이들에게 그 등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언(無言)의 교과서'였습니다.


2. 어머니 임감오: "강요하지 않고 분위기를 만들다"

이 집안의 진짜 숨은 공신은 바로 어머니, 임감오 여사입니다.
한승원 작가는 그 공을 아내에게 돌립니다.
"아내가 내 일을 싫어하지 않고 오히려 분위기를 만들어줘 아이들도 자연히 따라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다른 집 엄마들이 "공부해서 의사 돼라, 약사 돼라"라고 닦달할 때, 임감오 여사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놔두었습니다.
열 살 된 딸 한강이 친구들과 노는 대신 방구석에서 멍하니 공상에 잠겨 있을 때도, 그녀는 "너 왜 그러니?"라고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아이가 작가가 되려나 보다."
그녀는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 믿어주고, 문학적인 공기가 집안을 채우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3. 책은 '가구'였고, 독서는 '놀이'였다

한강의 집은 도서관 같았습니다. 거실, 방, 마루, 심지어 다락방까지 책이 굴러다녔습니다.
중요한 건 '큐레이션(Curation)'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아버지는 "이 책은 너희가 읽기에 너무 어려워"라거나 "이 필독서를 읽어라"라고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어린 한강은 어른들의 책인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며 인간의 죄와 벌을 고민했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를 읽으며 환상의 세계를 여행했습니다.
강요받지 않은 독서는 '숙제'가 아니라 '탐험'이었습니다.


4. "승어부(勝於父): 아버지를 뛰어넘은 딸"

2005년, 한국 문단에 전무후무한 진기록이 세워집니다.
아버지 한승원(1988년 수상)에 이어, 딸 한강이 소설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것입니다. 부녀가 대를 이어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받은 것이죠.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아버지는 딸을 '승어부(勝於父)'라고 칭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신의 생존치를 뛰어넘기도 힘든데, 아버지를 뛰어넘은 자식입니다. 강이는 이미 저와 독립된 개체입니다."

자식을 소유물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는 태도. 이것이 거장을 만든 아버지의 품격이었습니다.


💡 [Aura Insight] 한강을 키운 '무위(無爲) 육아' 실천 팁 6가지

"강요하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는 한승원 작가의 말을 우리 집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1. 거실을 서재로 - 책을 생활공간에 배치하기
책을 아이 방 책장에만 예쁘게 꽂아두지 마세요. 거실 소파, 식탁 위, 화장실 앞... 생활 동선 곳곳에 책이 '가구'처럼 널려 있어야 아이가 숨 쉬듯 읽게 됩니다.
2. 강요하지 않는 독서 - "함께 읽기"
"너는 책 읽어, 엄마는 핸드폰 할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저녁 시간, 30분만이라도 TV를 끄고 부모가 먼저 책 읽는 '뒷모습'을 보여주세요. 그게 가장 강력한 잔소리입니다.
3. 다양한 장르의 책 비치하기
학습 만화나 전집만 고집하지 마세요. 한강이 어릴 때 도스토예프스키와 린드그렌을 함께 읽었듯, 소설, 시,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아이가 스스로 고를 수 있게 깔아주세요.
4. 부모의 일을 긍정적으로 보여주기
한강의 어머니는 가난해도 남편의 문학을 존중했습니다. 아이 앞에서 "일하기 싫어 죽겠다"고 말하기보다, "엄마는 오늘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했어"라고 일의 가치를 나눠주세요.
5.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믿어주기
"의사가 돼라"고 강요하지 않았던 한승원 작가처럼,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을 믿어주세요. 설령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도 부모의 믿음이 있다면 아이는 뚜벅뚜벅 걸어갈 수 있습니다.
6.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 존중하기
아이가 방에서 멍하니 있거나 공상할 때 "숙제 안 해?"라고 다그치지 마세요. 한강에게 그 시간은 내면의 세계를 건축하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NEXT EPISODE

[다음 편 예고] 3편: 작가로의 여정 - 한강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문학소녀였던 한강은 어떻게 23세의 나이에
시와 소설로 잇달아 등단하며 괴물 신인이 되었을까요?

그녀가 영향을 받은 결정적인 작가들과 초기 작품 세계
다음 편에서 만나요! (구독 추가 꾹! 🔔)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엄마는 계속 배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