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노벨상을 만든 아버지 한승원의 교육 철학
(ft. 소년이 온다 배경)
안녕하세요. 엄마의 마음으로 교육을 고민하는 아우라블루미입니다. 🌸
2024년 10월, 스웨덴 한림원에서 들려온 낭보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습니다.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2024 is awarded to Han Kang..."
한국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지금 전 세계는 그녀의 작품에 열광하고 있지만, 저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화려한 트로피 이면에 숨겨진 '뿌리'가 더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기에,
인간의 고통을 이토록 깊이 있게
어루만지는 작가가 되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시계를 1970년, 전라남도 광주의 한 작은 동네로 되돌려야 합니다. 오늘부터 총 5회에 걸쳐, 노벨상 작가 한강을 키워낸 가정의 비밀과 교육 철학을 깊이 있게 파헤쳐 봅니다.
1. "큰 강이 되어라" 아버지의 기도
1970년 11월 27일, 광주 북구 중흥동의 한 집에서 여자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갓 태어난 딸의 이름을 짓기 위해 고민에 빠졌습니다. 당시 문단에서 주목받던 신예 소설가였던 아버지 한승원은 딸에게 '한강(韓江)'이라는 이름을 선물합니다.
필명이 아닙니다. 본명입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에게 "낙동강, 대동강"이라고 놀림을 받기도 했던 그 이름에는 "넓고 깊게 흐르는 강물처럼 큰 사람이 돼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기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가난한 소설가의 집안이었지만, 그곳에는 돈보다 귀한 '문화적 자산'이 가득했습니다. 오빠 한동림, 남동생 한강인과 함께 자란 한강의 유년기 집 안 풍경은 조금 독특했습니다. 가구보다 책이 더 많았으니까요. 방바닥, 마루, 다락방 할 것 없이 책이 굴러다니는 집. 그것이 소녀 한강이 마주한 첫 번째 세상이었습니다.
2. 열세 살,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5.18 사진첩)

1980년 5월,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열 살이었던 한강은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사를 온 직후였습니다. 그녀는 그 비극의 현장에 없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부재'가 그녀의 영혼에 씻을 수 없는 '부채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열세 살이 되던 해, 한강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아버지의 서재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사진첩 하나를 몰래 펼쳐본 것입니다.
그것은 독일 기자가 목숨을 걸고 찍어 은밀하게 유통되던 5.18의 참혹한 기록이었습니다. 사춘기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잔혹하고 무서운 진실이었습니다.
보통의 부모라면 "넌 몰라도 돼"라며 사진첩을 뺏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의 충격은 소녀의 내면에 깊은 균열을 냈고, 그 틈으로 질문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그런데도 우리는 인간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는 훗날 "그 사진첩은 내가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비밀스러운 계기가 됐다"라고 고백합니다. 그날 열세 살 소녀가 품었던 질문들은 30년 뒤, 세계를 울린 걸작 《소년이 온다》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3. 어둠을 응시하던 '공상가 소녀'

한강의 어머니 임감오 여사는 어린 딸을 이렇게 기억합니다.
"열 살 때부터 늘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아이."
한강은 밖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뛰어놀기보다는, 방 안 어둑한 구석에서 책을 읽거나 멍하니 공상에 잠기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얌전하고 내성적인 아이' 혹은 '너무 예민한 아이'로 보였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정적의 시간' 동안, 소녀 한강의 내면에서는 거대한 세계가 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밝고 명랑한 동화 대신, 인간의 고통과 어둠을 응시했습니다. 타인의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압도적인 공감 능력(Empathy). 이것은 훗날 그녀가 역사 속 희생자들의 영혼을 글로 불러내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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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 예고] 2편: 문학의 DNA - 부모님의 교육 철학
"아내가 아이들이 글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었지."
가난한 소설가 아빠와 헌신적인 엄마는 어떻게 가난 속에서도
세 남매를 모두 훌륭한 문인으로 키워냈을까요?
'가르치지 않고 보여주는' 한승원·임감오 부부의 놀라운 가정교육 비밀을
다음 편에서 공개합니다. (구독 꾹! 🔔)